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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우리들의 얼굴 - 법정

by 요다애비 2008. 3. 7.

 生也全機現 死也全機現

 

    살때에는 삶에 철저하여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하여 그 전부를 죽어야 한다. 삶에 철저할 때에는 털끝만치도 죽음 같은 걸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한 죽음을 당해서는 조금도 생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된다. 살 때에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러서도 죽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 그림자다.

 

    사는 것도 내 자신의 일이고 죽음도 내 자신의 일이라면, 살아 있는 동안은 전력을 기울여 뻐근하게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미련없이 신속하게 물러나야 한다. 그때그때의 자신에게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의 얼굴은 다행히도 저마다 다르고 그 나름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생각과 말과 행동양식, 즉 업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얼굴로 나타난 것이다.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절대적인 존재다. 우리들은 이 지구상에서 자기의 특성을 실현하도록 초대받은 나그네들이다. 사람은 자기 자리에 맞도록, 분수와 특성에 어울리도록 행동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남의 자리를 엿보거나 가로채면서 자기 특성을 버린다면 그는 도둑일 뿐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실현할 수 없다.

 

    저마다 특색을 가진 얼굴이기 때문에 남의 얼굴을 닮아서는 안 된다. 자기 얼굴을, 자기다운 얼굴을 가꾸어나가야 한다. 자기 얼굴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얼굴을 가리켜 이력서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의 얼굴은 사랑으로 둘러싸이지 않을 때는 굳어진다. 그건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얼굴의 단순한 소재일 뿐이다. 맑은 영혼이 빠져나가버린 빈 꺼풀.

 

    사람에게 웃음과 눈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웃음과 눈물이 우리를 구원한다. 웃음과 눈물을 통해 닫힌 밀실에서 활짝 열린 광장으로 나아 갈 수 있다. 웃는 얼굴은 우리에게 살아가는 기쁨을 나누어 준다. 눈물 어린 얼굴에서 친구의 진실을 본다. 반대로 우거지상을 한 굳은 얼굴이나 찌푸린 얼굴은 우리들의 속뜰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살아가는 기쁨을 앗아 간다.

 

- 산방한담(샘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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