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는 창건 내력이 특이한 절이다.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고급 요정이었다. 이 대원각의 주인인 고 김영한 여사는 불우한 집안 형편으로 16세에 진향이라는 이름의 기생이 되었는데 전통 음악과 가무에 능했던 것은 물론 중앙대 영문학과에서 수학하기도 할 만큼 문예를 두루 갖춘 신여성으로 시인 백석을 만나 이루어지지 못한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훗날 시가 1000억대의 7천 평 부지와 40여 동의 건물을 갖춘 고급 요정 대원각의 주인이 되었다.
그러나 만년에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스님을 만나 뵌 뒤 10년에 걸쳐 법정스님을 설득하여 마침내 대원각을 길상사로 거듭나게 하였다.
김영한 여사는 엄청난 재산을 희사하고도 법정스님으로부터 길상화라는 법명과 염주 하나만를 받았으며, 법정스님 또한 길상사를 송광사 말사로 등록하고 자신은 일체 이 절에서 어떤 직을 맡지 않고 강원도 원두막(수류화개실)으로 들어가셨고, 회주로서 정기적으로 법회에 오셔서 대중들에게 법문을 내리시고 하룻밤도 묵지 않고 바로 떠나셨다.
1999년 11월13일 김영한 여사는 절에 길상헌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향년 84세. 유골은 길상헌 뒤 언덕에 뿌려졌고 그 자리에 아담한 공덕비가 세워졌다.
법정스님도 2010년 3월 11일 이 길상사에서 지병인 폐암으로 인해 세수 79세, 법랍 56세로 입적하셨다.
※ 법정 (法頂, 본명 박재철, 1932.10.8 ~ 2010.3.11, 전남 해남 출생)
: 불교 승려이자 수필가.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수십 권이 넘는 저서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널리 전파해 왔다. 1954년에 효봉의 제자로 출가하였고 1970년대 후반에 송광사 뒷산에 손수 불일암(佛日庵)을 지어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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