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에서 기자생활을 하였던 저자 강상구의 "마흔에 (내인생의 전환점) 읽는 손자병법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전 손자병법을 상황별로 여러 사례를 들어 쉽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본문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1. 始計(전쟁이란 무었인가?)
전쟁은 장난이 아니다. 목숨이 왓다갔다 하는 문제이다. 나라가 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피가 튀는 전쟁터에 멋이나 낭만 따위는 없다. 죽느냐 사느냐의 승부만 있을 뿐.
그래서 전쟁은 규칙이 없다. 반칙이 칭찬받는 세계가 전쟁터다. 정정당당함은 스포츠의 현장에서나 찾을 일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고, 그래서 패배마저 아름다운 건 스포츠에서나 기대할 일이다. 영화 속 악당들은 패색이 짙어지는 순간, 눈에 모래를 던져 '비겁하게'공격한다. 우리의 영웅들은 위기에 빠지고 관객들은 분노하지만, 결국 영웅은 악을 응징한다. 그러나 이또한 영화 속 이야기다. 역사는 비겁한 인간들이 만들어 왔다.
그래서 전쟁은 신중해야 한다. 심심하다고 적을 건더릴 일도, 홧김에 나설 일도 아니다. 전쟁터는 객기를 부릴 곳도, 힘자당하는 판도 아니다. 여차하면 죽거나 혹은 죽으니만도 못한 신세가 된다.
그래서 전쟁은 이겨놓고 시작해야 한다. 이길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이기는 싸움만 해야 한다. 질 줄 알면서, 죽을 줄 알면서 하는 싸움은 멋있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뿐이다. 전쟁은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잘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전쟁이다.
2. 作戰(전쟁, 오래 끌면 헛장사다)
전쟁은 한 번에 짧게 끝내야 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믿음은 전쟁터에서는 버려야 한다. 한 번 찍어서 안 넘어가면 과감하게 버려야 하는 나무가 전쟁이다. 전쟁을 열 번 벌이면 적이 아니라 아군이 먼저 무너진다.
전쟁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사람, 무기, 식량 어느 것도 공짜는 없다. 하루를 쓰면 하루만큼, 이틀을 쓰면 이틀만큼 돈이 들어간다. 전쟁을 오래 끌어 전비가 늘어나면 기껏 이겨봤자 헛장사다. 그래서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는 싸움은 손해를 본다고 해도 일찌감치 끝내는 게 낫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면 거침없이 몰아붙여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전쟁터에서 작전을 짠답시고 갑론을박하면, 이미 진 싸움이다. 싸움터에서는 실행만이 정답이다. 고민은 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할 일이다.
3. 謨攻(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진정한 승리다)
가장 좋은 승리는 좋게 타일러서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구경꾼 입장에서는 가장 싱거운 싸움이지만, 싸우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가장 실속 있는 싸움이다. 싸움에는 목적이 있다. 목적을 이뤘다면 모양새가 어떻던 그 싸움은 이긴 싸움이다. 반면 실컷 이겼더라도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면 헛고생이다.
어떤 일이든 좋게 해결되면 좋겠지만, 그게 뜻대로 안 되기 때문에 전쟁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고민은 거듭된다. 과연 싸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피를 봐야 하나 피해야 하나.
이 고민의 해법은 적과 나를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겉으로 보이는 적과 나의 실력만 볼 게 아니라 속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면 최소한 패하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4. 軍形(이기는 싸움만 한다)
싸움의 시작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과의 싸움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으로 시작한다. 곧 자신을 똑바로 보는 것이 그 시작이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싸움에 나서겠다는 호기와 모든 준비를 끝내고 강적을 마주하는 용기를 혼동하지 않는 게 싸움의 기본이다.
자신과의 싸움에 이기고 난 후에 비로소 적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지지 않을 준비가 됐을 뿐이다. 싸움에는 상대가 있다. 그래서 내가 준비를 다했다고 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승리는 상대가 약할 때만 내 몫이 된다. 상대가 강하면 약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길 수 없다면 지켜야 한다. 장렬한 죽음은 죽음이고, 당당한 패배는 패배일 뿐이다. 싸움은 지려고 하는 게 아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이 부서진다. 바위로 계란을 치는 싸움이 아니면 벌이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래서 싸움은 비실비실하고 만만한 상대와 해야 한다. 이길 싸움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때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백전백승의 비법은 이기는 싸움만 하는 것이다.
5.兵勢(계란으로 바위치기? 바위로 계란치기!)
누구나 이기는 싸움만 하고 싶어 한다. 지는 싸움은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기는 싸움과 지는 싸움의 판단기준은 보로 勢다.
유리한 세는 장마철 계곡물이 바위를 굴리듯, 천 길 낭떠러지에서 목석이 구르듯, 병사들을 싸움에 휘몰아 넣는다. 그러나 바위를 굴리는 건 꼭 불어난 계곡물만이 아니고, 목석을 굴리는 데는 천 길 낭떠러지만이 가능한 게 아니다. 단지 불어난 계곡물처럼 보이기만 하면 되고, 천 길 낭떠러지처럼 보이기만 하면 된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마련이다. 사람을 움직이자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계곡물을 보고 싶어 하는 바위에겐 세숫대야에 담긴 물도 계곡 물로 보이고 한사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목석도 書案 위에 올려놓기만 해도 얼마든지 구를 수 있다. 싸움은 세가 결정한다. 그러나 세는 미리 결정된 게 아니다. 만들어낼 수 있다.
6. 虛實(선택과 집중)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이겨야 한다. 인정사정 봐줄 것 없다. 때리고 아픈 곳 골라 때리고, 준비되지 않을 때 때린다. 치사하고 비겁해 보이지만 상대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먼저 주먹을 알리는 ‘선제’, 첫 타격을 안겨준 뒤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며 싸움을 주도하는 ‘주동’, 상대가 다른 곳을 볼 때 예상하지 못한 곳을 공격하는 ‘의표’, 이것이 공격의 요체다.
모든 곳을 지키면 모든 곳이 약해지는 법이다. 늘 있기 마련. 빈틈을 찾아내 온 힘을 다해 일격에 싸움을 끝내는 게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의 원리다. 이 빈틈을 숨기고, 내가 노리는 빈틈이 어디인지 속이는 것이 기술이다. 虛虛實實의 원리다.
싸움에는 정답이 너무 많다. 사람 수만큼, 처해진 경우의 수만큼 정답이 있다. 그래서 싸울 때마다 정답이 달라진다. 싸움에는 정답이 없다.
7. 軍爭(지름길은 없다)
매사에 서두른다고 능사는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마음만 급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때로는 바람처럼 빨리 움직여야 하지만 숲처럼 조용히 있어야 하고, 때로는 불같은 기세로 쳐들어가야 하지만 산처럼 꿈쩍하지 않아야 한다. 반면에 움직임은 그림자처럼 알 수 없으면서도 번개처럼 이뤄져야 한다.
그러자면 기와 마음, 힘, 변화를 다스려야 한다. 내 사정만 볼 것도 아니고, 적의 사정만 볼 것도 아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죽음을 각오하고 덤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이 죽기를 각오하고 지키는데 들이친다면, 다 이긴 싸움도 망치기 십상이다. 싸움은 마음을 다스리는 데서 시작한다.
8. 九變(장수의 조건)
싸움에 이기려면 나의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을 모두 직시해야 한다. 유리한 조건만 믿고 싸움에 나서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불리한 조건이 있다고 무조건 꼬리를 내리면 영원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 반면, 적에게는 유리한 조건이든 불리한 조건이든 한 가지만 강조해서 보여줘야 한다. 적의 행동을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해볼 것도 없이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다.
이 모든 결정은 장수의 몫이다. 智, 信, 仁, 勇, 嚴으로 적의 힘은 약화시키고 내 힘은 극대화해야 한다. 조심할 것이 있다면, 용기만으로 죽자고 덤비면 죽음뿐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목숨을 부지하는 데만 연연하면 이 또한 사로잡히는 신세가 된다. 지혜가 좋다지만, 하찮은 꾀를 믿고 함부로 판단을 내렸다가는 자칫 제 꾀에 넘어가 함정에 빠지는 수가 있다. 신의가 좋다지만, 혼자 고고한 척하다가는 자칫 오명을 뒤집어쓰고 하소연할 곳마저 잃을 수도 있다. 사랑도 과하면 병이 될 수 있다. 과유불급. 뭐든 지나치면 미치지 못하는 것만도 못하다고 했다. 약도 과하면 독이다.
9. 行軍
모든 일에는 전조가 있다. 무엇이 됐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일도 없고 땅 속에서 갑자기 솟아나는 일도 없다. 구름이 모여 비를 만들어내듯 세상만사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일들을 무시하면 나중에 큰 코 다친다.
작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려면 사소한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누가 결혼을 하고 초상을 치르는지 같은 관혼상제만 챙길 게 아니라 소소한 일들도 챙겨야 한다. 무조건 자세히 들여다 본다고 될 일도 아니다. 나무만 보면 숲을 놓치기 쉽다. 자세히 보되 객관화된 눈으로 봐야 한다. 그러자면 한발 떨어져서 봐야 한다. 높이 나는 새는 멀리 보지만 자세히 보지 못한다. 자세히 볼일이 닜고 멀리 볼 일이 있다. 때로는 한발 떨어져서 봐야 잘 보이고, 때로는 한발 다가서야 잘 보인다. 나의 일은 한발 떨어져서 보고, 남의 일은 한발 다가서서 본다. 입장 바꿔보는 것이 정답이다. 타인을 위한 입장 바꾸기가 아니라 나를 위한 입장 바꾸기다.
10. 地形
싸움은 나와 적이 벌이는 것이므로 나와 적의 실력이 승부의 관건이다. 그러나 싸움에는 주어진 상황이라는 외부 변수가 있다. 싸움터의 지형은 어떠한지, 싸움터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싸우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싸울 때의 날씨와 바람은 어떤지에 따라 싸움의 결과가 달라진다. 싸울 때에는 이 모든 요소를 고려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싸움은 외부 변수가 유리할 때 벌인다. 외부 변수가 불리하면 유리해질 때까지 기다리던지 유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북서풍이 불 때에는 남동풍을 기다리고, 적이 산 속에 숨어 있으면 산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내 실력을 자신하고, 적의 능력을 파악하고, 외부 변수까지 장악해 승리를 확신한다면 거침없이 몰아붙여야 한다. 시간을 끌거나 고민해서는 안된다. 싸움이 시작됐는데 생각이 많으면 일을 그르친다. 승리를 향해 가는 길을 막는 자라면, 설령 임금이라도 개의치 말고 넘어가야 한다.
11. 九地(본심을 들키면 진다)
싸움의 시작은 마음가짐이다. 마음을 잡으려면 감동을 줘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은 말처럼 쉽지 않다. 마음은 다잡도록 하는 게 가장 손쉽고도 효과적이다.
마음가짐은 상황에 따라 바뀐다. 유리한 상황에서는 느긋해지고 여유로워지는 반면, 불리한 상황에서는 조급해지고 위축된다. 극단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되면, 이판사판 죽기를 각오한다. 죽기를 각오하면 못할 일이 없다. 살기 위해서 뭐든 한다. 그래서 이왕 불리한 국면을 맞이했다면, 상황을 극단적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정보 통제가 필요하다. 정확한 상황 파악은 스스로의 판단을 이끌어낸다. 위기 국면에서 개별적 판단과 개별적 행동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판단을 통제하려면 정보를 통제해야 한다. 통제된 정보는 상황을 규정하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상황은 마음을 다잡게 한다. 죽음을 각오한 마음가집이 승리를 이끌어낸다.
12. 火攻(얻는 게 없으면 나서지 않는다.)
전쟁은 분풀이가 아니다. 냉정하게 이익을 따져야 한다. 또한 이익은 싸움을 통해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이길 수 있는 싸움이어야 한다. 제아무리 이익이 보이더라도 얻을 수 없다면 전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 지는 싸움은 하는 게 아니다. 아울러 상황이 급할 때만 싸운다. 이익이 보이고 싸우면 이겨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해도 사정이 급한 때만 싸워야 한다. 이기지 못했을 경우, 죽은 사람은 되살리지 못하고 망한 나라는 다시 세우지 못한다. 싸움의 기술을 설파한 손자병법의 결론은 뜻밖에도 “웬만하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것이다.
13. 用間(아는 게 힘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싸움이 위태롭지 않가”고 했다. 적을 아는 게 곧 승부의 핵심이다. 적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적을 무력화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정보를 얻는 데는 돈이 든다. 싸움에 들러가는 돈에 비하면 얼마 들어가지 않으므로 정보를 얻는 데 필요한 돈을 아끼는 건 도리어 손해다. 그러나 돈을 쓰는 사람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보는 전략이다.
정보는 단편적이다. 정보에 담긴 의미를 알아내려면 해석이 필요하고, 해석은 여러 가지로 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해석과 더불어 판단이 중요하다.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정보가 새면 혼란이 생긴다. 혼란을 막기 위해 정보는 보안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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