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길 99번지

나의 작은 쉼터 ' 우체국길 99번지'를 소개합니다... 본문

신변잡기

나의 작은 쉼터 ' 우체국길 99번지'를 소개합니다...

요다애비 2023. 11. 25. 19:13

부산과 김해의 경계, 강서구 낙동북로 어귀에 작은 정원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하여 ‘우체국길 99번지’. 지금은 행정 구역상 ‘낙동북로 43번길’이라는 도로명 주소가 붙어 있지만, 이곳은 예전부터 ‘우체국길 99번지’라 불리며 제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곳입니다. 그렇게 불리던 이름이 주소 체계 개편으로 사라졌어도, 저에게는 여전히 정겨운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곳은 저희 가족이 오랫동안 살아온 집의 마당이자, 지금은 저와 아내가 함께 가꾸는 작고 소박한 정원입니다. 1988년에 집을 짓고 부모님과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 그때 심었던 잔디는 어느덧 세월의 흐름을 견디며 여전히 푸르름을 머금고 있습니다.

부모님 두 분이 살아 계실 적에는 연세가 많으셔서 정원에 변화를 주는 일을 번거로워하셨습니다. 그래서 집 주변은 늘 그 자리에 있는 잔디와 수수한 몇 그루의 나무만이 조용히 계절을 맞이하고 보냈지요.

그러던 중, 제가 정년퇴직을 한 2020년 여름, 부모님 두 분이 16일 간격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덩그러니 남겨진 집은 어쩐지 휑했고, 마음을 붙일 곳이 필요했던 저희 부부는 자연스럽게 정원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이틀 손을 보다 보니 점점 애착이 생기고,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면서 만난 꽃들과 식물들을 하나둘 모아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수국이 정원의 주인이 되었고, 계절마다 제철 꽃들이 피고 집니다. 작게나마 텃밭도 일구어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같은 채소들도 키우고 있습니다. 정원에는 매일 변화가 있습니다.

정원에서는 일이 제법 나뉘어 있습니다. 저는 잔디를 깎거나 삽질을 하는 등 몸을 쓰는 일을 도맡고, 아내는 꽃을 배치하고 삽목을 하며 섬세한 손길로 생명을 돌봅니다. 서로 손을 보탤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맡은 바를 즐기며 묵묵히 해나갑니다. 그 소박한 일상이 어느새 저희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우체국길 99번지’는 더 이상 지도에 남아 있는 주소는 아니지만, 저희에게는 여전히 살아 있는 이름입니다. 부모님의 온기가 깃든 곳, 그리고 지금은 저희 부부의 손길로 계절을 맞이하는 정원. 그곳에서 오늘도 작고 조용한 기쁨을 누립니다.

언제 봄꽃이 피었는지, 어느새 여름의 녹음이 짙어졌는지, 하루하루 작은 변화들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이 정원이 참 고맙습니다.
 
'우체국길 99번지'를 소개합니다.
 
▼ 먼저 대문으로 들어가면...
 

 

 
▼ 1988년에 준공하여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으로 당시 집 옆 과수원에서 배나무를 키웠습니다. 이곳에서 애들 둘이 태어났고 큰 애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함께 살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습니다...
 
(겨울)
 

 

(봄)
 

 

▼ 테라스
 

 
 
▼ 집 1층 내부... 벽난로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 겨울에 그저 그만입니다...
 

 
 
▼ 신혼 때부터 살면서 애들과 함께 지냈던 2층도 있지만 안내는 생략합니다...
 

 
 
▼ 정원은 약 150평 정도입니다...
    중앙에 잔디가 있고 주변 가장자리에는 각종 꽃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 정원 옆에는 잔디를 걷어내고 약 15평의 텃밭을 조성해서 각종 계절 채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 이른 봄, 잔디밭에 잔디 보다 먼저 머리를 내미는 잡풀을 캐어냅니다...
 

 
 
▼ 잔디가 초록으로 피어오르면 약 2~3주에 한번 정도 깎아줍니다.
 

 
 
▼ 잔디를 깎고 나면 눈과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2023. 이른 봄>
 
 ▼ 텃밭에서 겨울을 견딘 당근 등을 수확합니다...
 

 

▼ 이른 봄에 가장 먼저 동백꽃이 피었습니다.
 

 
 
▼ 제비꽃도 얼굴을 내밀었네요...
 

 
 
▼ 튤립은 새싹을 틔웠습니다...
 

 
 
▼ 다육이는 이슬을 머금고 있네요
 

 
 
▼ 이곳저곳에서 새싹들이 피어나는데 이름도 모르겠고, 사진도 다 못 찍었습니다....
 

 
 
<2023년 3월~>
 
▼ 동백꽃이 제법 많이 피었습니다...
 

 
 
▼ 제비꽃도 무성해졌고요...
 

 
 
▼ 튤립은 꽃망울을 터트리려 합니다...
 

 
 
▼ 패랭이도 피었네요...
 

 
 
▼ 박태기나무의 꽃은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 명자나무(산당화) 꽃은 딱 한송이 피었네요
 

 
 
▼ 딸기꽃도 벌써 피었습니다... 
 

 
 
▼ 겨울의 추위를 견딘 청경채에도 꽃이 피었네요
 

 
 
▼ 남천은 붉은 열매를 맺고 있고요.
 

 
 
<2023.4월 ~ >
 
▼ 튤립이 활짝 피었습니다...
 

 
 
▼ 꽃잔디도 피고요
 

 
 
▼ 패랭이...
 

 
 
▼ 사계패랭이...
 

 
  
▼ 딸기꽃도 제법 피었습니다... 딸기 수확을 많이 했지만 송이가 너무 작더군요...
 

 
 
▼ 이메리스와...
 

 
 
▼ 백리향도 피기 시작합니다....
 

 

▼ 다른 해 보다 올해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벌이 백리향을 찾아왔네요.
 

 
 
▼ 필 것 같지 않았던 둥굴레도 피었습니다...
 

 
 
▼ 소국...
 

 
 
▼ 아주가...
 

 
 
▼ 모란...
 

 
 
▼ 백합도 무럭무럭 자랍니다
 

 
 
▼ 차이브...
 

 
 
▼ 미니델피늄...
 

 
 
▼ 다알리아...
 

 
 
▼ 주황색 장미도 피었네요
 

 
 
▼ 수레국화...
 

 
 
▼ 겹매발톱...
 

 
 
▼ 제라늄...
 

 
 
 
▼ 페어리스타...
 

 
 
▼ 청솔세덤...
 

 
 
▼ 로즈마리...
 

 
 
▼ 괭이밥도 피었고...
 

 
 
▼ 작약이 꽃망울을 품었네요...
 

 
 
<2023년 5월~>
 
 
▼ 수레국화가 본격적으로 피고...
 

 
 
▼ 접시꽃 잎이 왕성하게 자랍니다...
 

 
 
▼ 접시꽃 옆에는 장미꽃이 많이 피었습니다... 이 장미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끊임없이 피었다 졌다 합니다...
 

 
 
▼ 장미 옆에는 핫립세이지...
 

 
 
▼ 작년에 심었던 덩굴장미는 흰색을 띠며 엄청 많이 피었습니다.
 
 

 
 
▼ 전형적인 붉은 장미도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  제비꽃과 꽃잔디의 자리다툼이 치열합니다...
 

 
 
▼ 우체국길 99번지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은 수국이 드디어 꽃망울을 맺었습니다....
수국은 제주, 통영, 거제 등 전국 각지를 여행할 때 체집하였고, 정원에서 삽목 하여 키운 애들이 대부분입니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00여 그루가 훨씬 넘습니다... 
 

 

▼ 옥상에서 찍은 동영상...


 
▼ 자주달개비... 이 애는 낮달맞이에 자리를 점점 뺏기고 있네요
 

 
 
▼ 낮달맞이
 

 
 
▼ 꽃범의 꼬리
 

 
 
▼ 미니델피늄
 

 
 
▼ 차이브
 

 
 
▼ 돈나무
 

 
 
▼ 작약
 

 
 
▼ 매발톱
 

 
 
<2023년 6월 ~>
 
▼ 제주도 등 전국에서 채집해 온 수국이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수국, 산수국, 목수국 등 다양한 종류에서 서로 다른 색을 뽐냅니다.
 올해는 지인 몇몇을 초청하여 밥도 대접하고 구경도 시켜주었습니다 ㅎㅎ 
 

 
 
▼  버들마편초는 키가 크기 때문에 담 옆에서 키웁니다.
 

 
 
▼ 버들마편초는 위쪽을 잘라주면 다시 자라면서 보라색 꽃을 오랫동안 피웁니다
 


 
▼ 와인컵쥐손이
 

 
 
▼ 당아욱
 

 
 
▼  병꽃나무... 꽃이 여러 가지 색으로 핍니다.
 

 
 
▼ 철쭉
 

 
 
▼ 작약은 꽃이 지고 씨가 맺었네요
 

 
 
▼ 삽목 하여 자란 분홍 장미가 줄기에 비하여 큰 꽃송이를 피었습니다...
 

 
 
▼ 제라늄

 
 
▼ 란타나
 

 
 
▼ 낮달맞이... 애들도 끊임없이 피고 지고를 반복합니다... 이 자리에 처음에는 달개비가 있었는데, 낮달맞이가 거의 점령해 버렸습니다.

 

 
 
▼ 접시꽃... 애들은 얼마나 크게 자라는지 윗부분을 잘라주지 않으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랍니다.

 

 
 
▼ 핫립세이지와 바늘꽃... 애들의 자리다툼도 치열합니다.
 

 
 
▼  수레국화
 

 
 
<2023.6월 이후>
 
 
▼ 베르가못
 


 
▼ 카모마일
 

 
 
▼  해바라기
 

 
 
▼  코스모스... 다른 곳보다 일찍 피었습니다
 

 
 
▼ 방아
 

 
 
▼  오이
 

 
 
▼  비트
 

 
 
▼ 로즈마리
 

 
 
▼  접시꽃과 버들마편초
 

 
 
▼  메리골드
 

 
 
▼ 황화코스모스
 

 
 
▼  백일홍
 

 
 
▼ 송엽국
 

 
 

 
<2023.9월 이후>
 
 
▼ 갯모밀

 
 
▼ 문빔
 

 
 
▼  층층이꽃
 

 
 
▼ 원평소국
 

 
 
▼ 천일홍
 

 
 
▼ 채송화
 

 
 
▼  루드베키아
 

 
 
▼ 백일홍
 

 
 
▼ 배롱나무
 

 
 
▼ 무화과
 

 
 
▼ 맥문동... 정원 가꾸기 시작할 때 처음으로 담장 주위에 심었는데 관심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고 있네요
 

 
 
▼ 황화코스모스
 

 
 
▼ 백일홍, 메리골드 등등...
 

 
 
▼ 천인국
 

 
 
▼ 목수국
 

 

▼ 백일홍, 메리골드 등등...
 

 
 
▼ 천일홍
 

 
 
▼ 복수박
 

 
 
▼ 복수박, 가지,  고추 수확하여 맛나게 먹었습니다... 복수박은 두쪽으로 잘라서 옆지기와 한쪽씩 먹으면 딱입니다.
 

 
 
▼ 바늘꽃
 

 
 
▼ 흰 바늘꽃
 

 
 
<2023.10월 이후>
 
 
▼ 갯모밀... 이 시기에 가장 왕성하게 꽃을 피우는군요. 땅에 붙어 피어나는 분홍 꽃이 볼만합니다.
 

 
 
▼ 천인국
 

 
 
▼ 천일홍과 란타나
 

 

 
▼ 천일홍... 이 애도 한여름과 가을을 활짝 빛내줍니다.
 



▼ 기다리던 구절초가 피었네요

 
▼ 국화
 

 

▼ 청화쑥부쟁이는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수한 꽃을 피웁니다.
 
 



▼ 장미... 애는 아직도 꽃을 피웁니다.
 

 
 
▼ 에키네시아
 


 
▼ 향등골나무
 

 


<11월 하순>

▼ 이제 정원의 잔디와 꽃들이 생기가 떨어지고 색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 추위에 약한 애들은 집안으로 들였습니다...
 


☞ 추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따뜻해지는 날이 되면 새롭게 피어날 꽃들을 기대하며, 내년에는 어떤 애들을 새롭게 키울지 구상해 봅니다...
 
☞  꽃과 관련해서 제가 좋아하는 시를 소개하며  '우체국길 99번지'의 소개를 마칩니다.
 
-  들 꽃 -
누가 보거나 말거나
피네
누가 보거나 말거나
지네
한마디 말도 없이
피고 지네
- 문효치 님 -
 
 
※ 사진을 그때그때 정리를 하지 않아서  더러는 시점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