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일정을 맞추어 1박 2일 동안 강원도 정선과 영월을 잇는 운탄고도 3길과 4길을 걷는 여정을 다녀왔습니다. 숙소는 정선 예미리에 위치한 ‘예미 MTB마을호스텔’에서 1박하였으며, 비교적 쾌적한 숙박 환경 덕분에 하루의 피로를 충분히 풀 수 있었습니다.
출발 전부터 비 예보가 있었지만, 각자의 일정을 다시 조율하기가 쉽지 않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승용차 두 대 중 한 대를 도착지인 예미역에 미리 세워두고, 나머지 한 대에 모두 탑승하여 출발지인 영월군 김삿갓면 모운동으로 향하였습니다. 모운동 마을은 운탄고도 트레킹의 대표적인 시작점 중 하나로, 과거 탄광 산업의 중심이었던 이 일대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고요한 산골 마을입니다.
운탄고도 3길은 “광부의 삶을 돌아보며 걷는 길”이라는 주제를 가진 길로, 영월과 정선을 잇는 구간 중에서도 특히 산업화 시대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는 길입니다. 이 코스는 모운동에서 시작하여 망경대산을 휘돌아 수라삼거리까지 올라간 뒤,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지나 국도 제31호선 방향으로 내려옵니다. 이후 석항삼거리를 거쳐 정선 예미역까지 약 16.8km를 걷는 일정이었습니다.
출발 당시에는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고, 중반까지는 가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숲길을 비교적 쾌적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망경대산 자락을 휘감으며 이어지는 숲길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고요한 산길로, 한때 수많은 광부들이 걸었을 그 길을 따라 걷는다는 생각에 숙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곳곳에는 예전 광산의 흔적과 함께 광부들의 노고를 기리는 표지판이나 안내문이 있어, 자연뿐 아니라 이 지역이 품고 있는 산업사의 아픔과 기억을 함께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라삼거리에 이르러서는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고,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비를 맞으며 걷게 되었습니다. 특히 수라삼거리에서 31번 국도 방향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산길은 흙이 젖어 매우 미끄럽고 조심스러웠지만,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외의 구간은 도보 환경이 비교적 양호하여 트레킹을 즐기기에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예미역에 도착한 뒤 숙소인 ‘예미 MTB마을호스텔’로 이동하였고, 숙소의 깔끔한 컨디션과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만족스러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는 현지 분들께 소개받은 ‘곱단이함박집’에서 하였는데, 맛과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 모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와 간단한 김밥까지 모두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운탄고도 3길 여정은 단순한 걷기 여행이 아닌, 한 시대를 지탱해온 이 땅의 삶과 시간을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비가 내려 다소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광부들이 겪었을 일상의 일부를 아주 조금이나마 체험하는 계기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여정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운탄고도 1330 3길 개념도>
<운탄고도 1330 3길 기록>
<3D 궤적 동영상>
▼ 운탄고도 마을호텔
▼ 구름이 모이는 마을
모운동 마을 이야기(Moun village Story)
구름이 모이는 동네라는 의미를 가진 모운동은 해발 1,000m가 넘는 망경대산 자락에 위치한 영월지역의 대표적인 폐광촌이다. 옥동광업소가 '검은 노다지'인 석탄을 생산하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모운동은 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동네였다. 작은 탄광촌에는 극장, 우체국, 병원, 당구장, 이발소, 미장원, 세탁소 등 없는 게 없는 마을이었지만 화려했던 마을의 영화는 1989년 옥동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점점 사그라져 갔다. 모두가 떠나는 폐광촌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볼거리와 쉼을 주는 깊은 산속 옹달샘 마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마을 주민들은 어둡고 삭막했던 골목에 계절 따라 피는 꽃을 심어 가꾸고 벽화와 쉼을 주는 공간을 조성하였다. 이 같은 주민들의 노력으로 회색의 폐광촌이었던 모운동은 구름과 사람이 쉬어가는 행복 가득한 마을로 변화하게 되었다.
▼ 모운동 스탬프함
▼ 마을을 지나며...
▼ 모운동 및 운탄고도 안내도
▼ 운탄고도 2길, 3길 안내판
▼ 만봉사, 만경산사 쪽으로...
▼ 황금폭포전망대 쪽으로...
▼ 차단기 통과
▼ 동발제작소
▼ (구) 동발제작소 Timbering Factory
갱도가 무너지지 않게 받치는 나무기둥을 ‘동발'이라고 한다. 동발을 사용할 당시 광산사고 중 가장 빈번하고 위험하였던 사고로 60% 이상이 붕괴사고였는데 나중에는 콘크리트로 동발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이는 광산작업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흔적이라 할 수 있다.
▼ 광부의 샘
이 옹달샘은 광부들이 동전을 던지며 자신의 안전과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던 곳입니다.
▼ 황금폭포 전망대 쪽으로...
▼ 황금폭포 전망대
Gold Waterfall Observatory
옥동광산 폐광구 내부에서 흘러나온 물을 별도의 동력 없이 낙차를 이용해 이곳까지 끌어와 만든 인공 폭포이다.
갱도의 철분성분으로 인해 물 빛깔이 붉은 황금색처럼 보이며, 폭포 옆 우측 계곡이 깊어 작은 그랜드캐니언을 연상하게 하고 겨울철 황금색 얼음벽은 장관을 이룬다.
▼ 황금폭포 전망대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 '작품명 휴식'을 감상하고...
이곳은 과거 갱도에서 캐낸 석탄 외에 분리된 암반 식을 티플러(탄차에 실려 있는 석탄이나 잡석을 뒤집어 쏟는 기계)를 이용하여 잡석을 버리던 곳이며, 기계를 사용하기 전에는 사람의 힘으로 광차를 뒤집어 잡석을 버렸던 곳이다. 의미 있는 이곳에 과거 우리 아버지들의 조상인 그분들의 노고를 기념하고자 한다.
'깊은 갱도에서 카스와 분진 속에서 산업전선의 역군으로 열심히 일하던 광부는 이곳에서 뜨거운 열기를 식히며 잠시 숨을 고르지 않았을까.... 집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들과 아내를 떠올리며...
작가 이희경
▼(구) 갱도 입구 / Mine Tunnel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에 의하여 1989년 이곳 옥동광업소가 폐광되었으며, 폐광 당시 갱도의 입구를 틀로 막았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무너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갱도의 길이는 2.1km이고 산의 반대쪽까지 관통되어 있는데, 갱도 내부에는 맑은 샘이 있어 끊임없이 물이 흘러나온다. 이 물이 예전에는 갱도 양 옆의 배수로를 통해 빠져나갔지만, 지금은 입구에 흙을 쌓아 700m 떨어진 황금폭포까지 흘러 가게 하였다. 갱도 내의 철분성분으로 인해 물 빛깔이 붉게 보이고, 한 여름에도 갱도 내부에서 찬바람이 나와 입구에는 차가운 안개가 자욱하다.
(구) 옥동광업소 목욕탕 / Miner Bathhouse
목욕탕이 없어 검은 얼굴로 회사에서 집까지 오던 그 시절, 출퇴근 시간에는 온통 새카만 광부들이 북적거렸는데 부모 자식 간에 길을 지나쳐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부녀자들은 밥 하는 일만큼이나 목욕물 데우는 것이 중요한 하루 일과였는데 옥동광업소 목욕탕이 생긴 후 점차 생활이 편리해졌다.
▼ 운탄고도는 만경산사 쪽으로 이어지고...
▼ 가을이 물드는 오르막 구간을 올라갑니다...
▼운탄고도 1330 3길 안내봉을 지나서...
▼ 운탄삼거리
▼ 돌고 돌아 처음 출발하였던 모운동 마을이 발아래에 보이네요
▼ 정자도 지나고...
▼ 멋진 소나무 숲길을 걷습니다...
▼ 전망이 보이는 지역도 지나고...
▼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 쑥부쟁이도 감상합니다...
▼ 대한광업진흥공사의 경고판
▼ 곳곳에서 꽃향유가 보라색 뽐을 내고 있네요
▼ (구) 옥동납석광업소 / Okdong Mine
1950년대부터 이곳은 흙을 조금만 걷어내도 탄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노천탄광이었으나, 1989년 폐광되었다. 옥동납석공업소의 또 다른 생산품인 납석은 곱돌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조각재, 타일, 유약, 농약 등에 사용된다. 납석채굴은 석탄광산이 폐광된 후 2009년까지 생산하다가 다시 폐광되었다.
▼ 까실쑥부쟁이
▼ 감국
▼ 싸리재 삼거리에 도착
▼ 만경선사 쪽으로...
▼ 망경대산 정상 분기점 통과
▼ 현 위치(명상길) 안내판
산꼬라데이
"산꼬라데이"는 산골짜기를 가리키는 강원도 토속어입니다.
▼ 돌탑을 지나서...
▼ 만봉사, 만경산사에 잠깐 들었다가...
▼ 만경산사에 도착
▼ 이 건물이 만경산사의 법당인 줄 알고 입구 쪽으로 가 보았더니...
▼ 만봉불화박물관입니다... 휴관 중
▼ 박물관 앞 뜰
▼ 박물관을 한 바퀴 돌아서...
▼ 만경산사도 둘러보고...
▼ 만경산사를 나와서 다시 운탄고도길을 따라서...
▼ 낙엽송 삼거리 쪽으로...
▼ 제법 긴 오르막을 오르며...
▼ 수라삼거리 쪽으로...
▼ 임도 안내문 통과
▼ 쑥부쟁이
▼ 숲 사이로 만경산사가 보입니다...
▼ 산봉우리는 안개에 덮여 있고...
▼ 이 길에서 정상까지는 480m에 불과한 모양입니다...
▼ 영월 국유림 안내판
▼ 갈림길을 지나서...
▼ 수라삼거리에 도착
▼ 수라삼거리 스탬프함
▼운탄고도 1330 3길 대체노선 안내판
▼ 삼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대체로 내리막 구간을 걷습니다...
▼ 석항 삼거리 쪽으로...
▼고랭지 채소밭도 구경하고... 무와 배추가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 갈아엎은 듯...
▼이곳부터는 등산로를 따릅니다...
▼ 비가 오기 시작하고, 등산로는 미끄럽습니다...
▼ 쉼터도 지나고...
▼쉬지 않고 석항삼거리로 갑니다...
▼ 넘어진 나무가 등산로를 막고 있고...
▼쉼 없이 내려오니 태양광패널이 보입니다...
▼ 송전탑도 지나고...
▼ 거친 산길을 벗어났습니다...
▼ 석항삼거리 쪽으로...
▼ 석항마을이 보이네요
▼ 31번 국도(태백산로) 변의 해발 400m 안내판
▼ 비는 계속 내립니다...
▼ 철길도 건너고...
▼ 석항삼거리에 도착
▼ 석항천 쪽으로...
▼ 석항천변을 따라서...
▼ 신동읍집하장 쪽으로...
▼ 정선 영월 운탄고도 안내판
▼ 핑크뮬리
▼ 천포리 표시석
▼ 천포삼거리 쪽으로...
▼ 예미농공단지를 지나서 예미역 쪽으로...
▼ 예미오거리 안내판
▼ 예미오거리에 도착
▼ 철길 아래 굴다리를 지나서...
▼ 노일공원도 지나고...
▼ 예미역 버스정류장 옆 운탄고도 스탬프함에서 걷기 종료
▼ 예미역 바로 앞 예미 MTB마을호텔에 여장을 풀고, 소개받은 곱단이함박집에서 저녁을 먹고 첫날을 마무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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